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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글씨체의 역사와 변천사”카테고리 없음 2025. 2. 27. 20:36hangul-1158804_1280.jpg0.37MB
#조선 시대 한글 글꼴과 목판 인쇄
한글 활판인쇄의 기원은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종대왕이 1443년 훈민정음을 처음 만든 후, 한글은 궁중 문서와 불경 등에서 엿볼 수 있다.
조선 전기에는 한글 글꼴이 일정한 형식이나 틀로 고정되지 않았고, 필사본 위주의 사용이 많았다. 그러다가 15세기 후반부터 목판 인쇄가 발전하면서, 한글 서체가 일정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월인천강지곡』과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볼 수 있는 목판체가 있다. 이는 일정한 굵기와 구조를 가지며, 가독성을 고려하여 디자인되었다.
활판 인쇄물의 한글은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 시나브로 확산되어 번져나갔다.
이후 조선 후기에는 금속활자 인쇄가 발달하면서 한글 글꼴의 규격화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동국정운』과 같은 문헌에서는 보다 매끄러운 글자 형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 시기에 만들어진 한글 글꼴은 명조체의 원형이 되는 대중적 글꼴로 자리를 잡았다.
또한, 궁중에서는 궁체가 발전하여 서예적으로 아름다운 느낌을 지닌 한글 글씨체로 사용되었다. 이 시기에 등장한 ‘석봉체’와 ‘강희안체’는 궁중과 서민층에서 각각 널리 사용된 독특한 글씨체로 오늘날의 calligraphy style에도 영향을 미쳤다.
#근대 글꼴 등장과 종이 인쇄의 발전
개화기 이후 한글의 활판 인쇄술은 서구식 인쇄술의 영향을 받으며 크게 변모했다. 19세기 말부터 서양식 인쇄 기술이 도입되면서, 기존의 목판 및 금속활자가 아닌 활판 인쇄용 한글 서체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1896년 창간된 『독립신문』은 한글 전용 신문으로 당시 한글 활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 시기에는 한글 서체가 가독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며, 명조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활자가 등장했다.
일제강점기 동안에는 한글 사용이 제한되었으나, 해방 후 한국에서는 새로운 글꼴 디자인이 급격히 발전하였다. 1950~60년대에는 신문과 출판 산업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인쇄용 한글 서체가 개발되었다.
특히 신문용 한글 글꼴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획이 정돈되고, 글자의 균형이 중요시되었다. 이 시기 개발된 글꼴은 오늘날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에는 한글 전용 폰트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독창적인 글꼴 디자인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졌다.
#디지털 시대 한글 폰트(font) 혁신
1980년대 이후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글 타이포그래피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초기 컴퓨터 폰트는 점(dot) 기반의 비트맵(bit map) 방식이었지만, 1990년대 들어 벡터 방식의 트루타입(true type)과 오픈타입(open type) 폰트가 등장하며 보다 정교한 디자인이 가능해졌다.
한컴의 ‘한글97’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며 한글 폰트가 대중화되었고, 이와 함께 기업과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글꼴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나눔 고딕, 바탕체, 윤 고딕, 서울한강체 등의 폰트가 등장하며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선택 폭이 크게 확대되었다.
또한, 구글과 어도비가 협력하여 개발한 ‘본 고딕(Source Han Sans)’은 한중일 통합 폰트로서 글로벌 환경에서도 한글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시기의 폰트들은 화면에서의 가독성을 고려하여 개발되었으며, 특히 웹과 모바일 환경에서 최적화된 글꼴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나눔고딕”과 “카카오의 다음 체”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용성을 고려하여 제작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에는 한글 서체 디자인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며, 기업별 전용 서체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래 한글 타이포그래피 전망
미래의 한글 타이포그래피는 AI와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공지능(AI) 기반의 폰트 자동 생성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디자이너가 개입하지 않고도 최적화된 한글 글꼴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AI 기반 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통 글꼴의 디지털화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또한, 가변 폰트(Variable Fonts)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용자 환경에 따라 글자의 굵기와 스타일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폰트가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웹과 모바일에서 최적의 타이포그래피 경험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AR(증강현실) 및 VR(가상현실) 환경에서도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적용이 중요해지고 있다.
가상공간에서의 한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폰트 디자인이 연구되고 있으며, 3D 환경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한글 글꼴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음성인식 및 손 글씨 인식 기술과 연계된 새로운 한글 입력 방식이 연구되면서 상호 활동적으로 이뤄지는 타이포그래피의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글 타이포그래피는 전통적인 글꼴에서 출발하여 디지털과 AI 시대에 맞춰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규격화되고 정교해진 서체들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기술과 융합되며 더욱 창의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글 타이포그래피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욱 다채로운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